유럽연합(EU)이 에너지 위기를 대비해 석탄 사재기에 나서며 상승세였던 석탄 가격이 급락했다. 중국 당국이 석탄 공급을 확대하기 시작해서다. 공급이 급증해도 올해 EU의 수요가 확대되며 상승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호주 뉴캐슬의 국제원자재거래소(ICE)에서 석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7.44% 하락한 t당 36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월 5일(374달러)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석탄 가격은 지난 3월 전쟁 발발 직후 t당 430달러를 웃돌다가 200달러선으로 안정됐지만 지난 6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며 t당 430달러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수입국인 중국이 자국 내 석탄 공급 확대에 나서며 석탄 가격이 급락했다. 중국 당국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려 국내 석탄 생산량 증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 20개의 신규 석탄 탄광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한 바 있다.
中 석탄 생산량 증대 나서자, 세계 석탄가격 급등세 멈춰 [원자재 포커스]
중국은 러시아산 석탄 수입량도 증대했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석탄은 738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또 2년 동안 수입을 중단했던 호주산 석탄을 다시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량이 늘어날 거란 전망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멈췄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석탄 공급이 안정될 거란 전망에 중국 석탄업체 주가가 상승했다. 이날 중국의 대표 석탄업체인 섬서석탄과 연광그룹은 각 7%, 천안탄광업은 5% 이상 상승 마감했다.

EU가 중국을 대신해 석탄 시장의 큰손이 됐다. EU는 러시아발(發) 천연가스 공급난으로 인해 석탄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수출량을 대폭 줄이는 등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자 석탄을 에너지 대체재로 선택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드데이터 모니터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호주산 석탄 수입량을 전년 대비 21% 늘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석탄 수입량은 7배 이상 증가했다.

석탄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EU는 러시아를 제재하려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0일 발효될 예정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트의 석탄 분석가 디팩 캐넌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발전용 석탄 시장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로 유럽의 석탄 수요가 아시아 국가들의 석탄 공급국인 호주와 인도네시아, 남아공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