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인 저서 발췌본 공개…"트럼프, 열병식에 상이용사 부르지말라 지시"
트럼프 재임 시절 서류 찢어 변기에 버린 사진도 공개돼
"트럼프, 미군 지도부도 히틀러의 獨장군들처럼 복종하길 원해"(종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군 지도부가 과거 아돌프 히틀러를 따르던 나치 독일의 장군들처럼 자신에게 복종하기를 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언론인 피터 베이커와 수전 글래서의 저서 '분열자: 백악관의 트럼프' 발췌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왜 당신들은 독일 장군들 같지 않으냐"고 물었다.

최고위급 장성들이 자신에게 충분히 복종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만에 켈리 전 비서실장은 나치 독일의 장군들이 "세 번이나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고 거의 성공할 뻔했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니다.

그들은 히틀러에게 완전히 충성했다"라며 역사적 사실을 무시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을 메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대를 향해 "그들을 총으로 쏴버릴 수 없느냐. 다리든 어디든 그냥 쏴라"고 명령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밀리 합참의장 등에게 "너희들은 다 패배자들"이라고 소리 질렀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결국 주방위군과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반대편 교회로 가는 길에 동행한 밀리 합참의장은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는 오판"이라며 동행 결정에 대해 자책했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준엄히 꾸짖는 사직서를 썼으나, 실제로 제출하지는 않았다.

저서 발췌본을 통해 이날 공개된 사직서에서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군을 정치화하고 있다며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독재자와 극단주의를 포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우리나라에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해를 끼치고 있다고 믿는다"고 일갈했다.

당시 밀리 합참의장에게 조언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마크는 내게 대통령이 내놓는 미친 아이디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프가니스탄 즉각 철군과 한국에서의 철수와 같은 것들 말이다"라고 회고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열병식을 본 뒤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미국에서도 열병식을 열어야 한다며 "참전 부상자들이 퍼레이드에 나오면 안 된다.

내겐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시했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켈리 전 비서실장이 귀를 의심하면서 "그들은 영웅이다.

그들보다 더 영웅적인 사람들은 알링턴(국립묘지)에 묻힌 전사자들밖에 없다"고 반박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이용사를 부르면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이날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매기 하버만의 저서 '신용 사기꾼(Confidence man)' 출간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서류를 찢어 변기에 버렸다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버만의 저서에 포함된 두 장의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포함해 찢겨진 종이가 변기에 들어있는 모습이 담겼다.

하버만은 하나는 백악관 화장실, 다른 하나는 해외 순방 중에 찍힌 사진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습적인 기록물 파기는 올해 초 국가기록원에서 의회난입 조사특위에 당시 자료를 넘기는 과정에 논란이 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서 일부를 자신의 사저로 빼돌린 것은 물론, 상습적으로 각종 문서를 파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라 모든 대통령의 재임 시절 기록물을 철저히 보관하도록 못박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