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일본 재무성은 일본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63.1% 감소한 3조5057억엔(약 33조8336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2014년 상반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감소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있던 2008년 7조1454억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지난 6월 경상수지는 1324억엔 적자를 기록해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5조6888억엔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조2823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철강·반도체 등 전자부품의 호조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46조4079억엔으로 집계됐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이 40.8% 증가한 52조767억엔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됐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7월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앞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스지마 유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가 100달러 안쪽으로 내려오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7월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