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치러질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중국 이슈'가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대선 유력 후보들이 중국에서 빌린 차관과 중국인 외국인노동자 문제 등을 집중 부각시키면서다.

케냐 대선 주자 윌리엄 루토 부통령(사진)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부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불법 체류한 채) 상점과 길거리 음식 노점 등을 운영해 부를 증식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추방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한 유세 현장에서도 "우리는 중국인들을 내쫓을 만큼 충분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해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

반면 루토 부통령의 최대 경쟁자인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는 친중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과거 총리 재직 시절 케냐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일으키는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뭄바사 항구와 수도 나이로비를 연결하는 38억달러 규모의 철도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철도는 케냐에서 중국과의 차관 조건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오딩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채권단과 부채 재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상환기간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도록 하겠다는 주장이다. 루토 부통령은 중국과의 채무 재협상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대고 있다. 케냐도 중국에서 빌려온 인프라 개발 비용이 41억달러에서 지난 5년새 64억달러로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케냐의 총 해외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367억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총생산(GDP)의 34.4%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의 한 케냐 전문가는 "아직 케냐 내부적으로 반중 정서가 확실히 감지된 것은 없다"면서도 "반중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케냐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아프리카 전역의 반중 정서에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케냐 국민들의 87%가 중국 차관이 과도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