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상장사들이 엔화 약세 덕분에 올해 9586억엔(약 9조3502억원)을 더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연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도쿄증시 상장사 715곳 가운데 약 50곳이 순이익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 기업들이 늘려 잡은 순이익은 총 9586억엔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수익성이 다시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가치, 예상보다 10엔 더 떨어져
日기업 '엔저 효과'…올해만 10조원 더 번다
상장사 순이익 예상치가 늘어난 것은 엔저(低)로 인한 수출 증가 규모가 국제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손실 규모를 웃돌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의 70%는 지난 2분기 달러당 엔화 가치를 120엔 이하로 예상했다. 실제 엔화 가치는 평균 130엔으로 기업 예상치보다 10엔 이상 낮았다.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450억엔 늘어난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2조3600억엔으로 1000억엔 상향 조정했다.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예상보다 15엔 더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6700억엔 더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제조업체 니콘도 예상 순이익을 380억엔에서 420억엔으로 40억엔 늘려 잡았다. 니콘은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2012년 6억엔에서 현재 4억엔으로 줄었다.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엔화 가치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순이익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고 니콘은 설명했다.

니혼유센, 가와사키기센, 쇼센미쓰이 등 3대 해운회사의 합계 예상 순이익은 2조3500억엔으로 6700억엔 상향 조정됐다. 일본 최대 해운사 니혼유센은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순이익이 59억4000만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저는 악재’ 기업도 적지 않아
반면 순이익 예상치를 상향 조정한 기업 대부분이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환차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당초 예상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순이익 전망치를 각각 1000억엔과 150억엔 늘려 잡은 도요타와 미쓰비시자동차의 예상 판매 대수는 1070만 대와 93만8000대로 변화가 없었다.

엔화 약세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기업도 적지 않다. 상장사 26곳은 올해 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1907억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는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3780억엔으로 560억엔 하향 조정했다. 엔저로 인한 순이익 증가 규모보다 완성차 업체의 감산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소니그룹도 “주력인 게임 사업이 예상만큼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8000억엔으로 300억엔 낮춰 잡았다.

수입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내수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에너지 수입 비용이 불어나는 전력회사 7곳 모두 올해 적자를 예상했다. 도요타도 순이익 예상치를 1000억엔 상향 조정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17% 줄어든 규모다.

지난달 달러당 139엔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이달 들어 130엔까지 오른 것도 수출 제조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마쓰모토 후미오 오카산증권 수석전략가는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상장사 순이익은 크게 줄 것”이라며 “기업들이 환차익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