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10일 개각 계기 아베파 영향력 탈피 시도 주목
각료 절반 이상 교체 대폭 인사로 기시다 색깔 내세울 가능성도
자민당 '아베파', 일본 내 통일교 논란에 개각 때 찬밥 신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0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카이)에 대한 처우로 꼽힌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는 설상가상으로 일본 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 논란에 휘말려 위기에 처해 있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강경 보수로 평가되는 아베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기시다, 개각 때 통일교와 관계 반영 표명
기시다 총리는 6일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평화기념식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각 때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각료는 국민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 단체와의 관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저의 내각에 새로 지명되는 각료뿐만 아니라 현 각료와 부대신 등도 포함해 해당 단체와의 관계를 확실히 점검, 그 결과를 밝히게 하고 (해당 단체와의 관계를) 적절한 형태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7일 "기시다 총리가 내건 교단(가정연합)을 둘러싼 인사 기준은 교단과 관련된 의원이 많다고 정권 내에서 이야기되는 최대 파벌 아베파에 대한 처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인 아베 전 총리를 피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이후 일본 내에선 가정연합과 자민당, 특히 아베파와의 관계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자민당 '아베파', 일본 내 통일교 논란에 개각 때 찬밥 신세?
◇ 아베파 각료 4명 중 3명 통일교와 관계 인정
현재 기시다 내각에 참여하는 4명의 아베파 각료 중 3명은 여론의 압박 속에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선거 때 가정연합의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했고, 스에마쓰 신스케 문부과학상도 가정연합 관계자가 과거 자신의 정치자금 파티권을 샀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도 가정연합 관련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고 확인했다.

현직 각료 외에도 아베 전 총리의 비서관 출신인 이노우에 요시유키 참의원도 지난달 10일 참의원 선거 때 가정연합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고, 시모무라 하쿠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문부과학상 재직 중이던 2015년 통일교의 명칭 변경(통일교→가정연합)을 승인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노우에 참의원과 시모무라 전 정조회장도 아베파 소속이다.

아베파와 가정연합의 관계는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1896∼1987) 전 총리와 그의 계보를 이어받아 아베파를 창립한 후쿠다 다케오(1905∼1995) 전 총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 "개각은 정권 부양 중요…아베파는 어렵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다음 달 초순 개각 및 당직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가정연합과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 논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함에 따라 국면 타개를 위해 인사 시기를 갑작스럽게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연합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베파를 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 방위상 등은 이미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당 내 각료 경험자는 "개각은 정권 부양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아베파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조기 개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일 아베파 내에선 "교단(가정연합)과 관련된 의원은 인사에서 배제된다.

아베파는 '피탄'(被彈)된 의원이 많기 때문에 총리는 어렵지 않게 아베파를 배제해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았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총리는 지금까지 아베파를 배려해 정권을 운영해왔다"면서 "아베파 내에선 총리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아베파의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견해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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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사후 '기시다·모테기·아소' 3각 체제?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베 전 총리가 사라짐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당내 4위 파벌인 '기시다파'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수장인 2위 파벌 '모테기파', 아소 다로 부총재가 리더인 '아소파'가 새로운 체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소 부총재와 모테기 간사장은 이번 당직 인사에서 유임이 유력시된다.

아소파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기시다파인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다만, 아베파는 자민당 국회의원의 4분의 1이 소속된 최대 파벌이기 때문에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베파 각료 중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유임이 유력하며, 하기우다 경산상도 유임되거나 다른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파의 회장 대리인 시오노야 류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지난 4일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나 "우리는 정권을 지탱하는 최대 파벌이다.

인사에서 나름의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화합을 강조해온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정권에 등을 돌리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의 자리 배분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개각에서 각료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대폭 인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이날 보도했다.

산케이는 "작년 (10월) 취임 후 (기시다 총리는) 각료 및 당직 인사에서 당내 각 파벌 배려가 두드러졌다"며 "다만, 7월 참의원 선거 승리에 따라 대폭 개각으로 '기시다 색깔'을 내세워 대내외 과제에 임할 생각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