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아 국내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지만 서울에 머무르면서도 펠로시 의장을 면담하지 않은 것에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윤대통령-펠로시 면담 불발에 외신도 주목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등 다른 순방국에선 지도자들과 만났지만 윤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그와 전화통화만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공식적인 이유는 다른 일정 없이 사저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중국을 달래려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피했다는 비난이 일자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중국 때문에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며 "모든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통해 내려졌다"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 윤 대통령이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만찬을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최 수석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디펜던트는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4일자 사설을 소개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윤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대통령이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디플로맷은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지지율이 30%를 밑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휴가 일정 때문에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일었고, 대통령이 연극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담 불발과 관련한 논쟁은 더 커졌다고 디플로맷은 보도했다.

디플로맷은 북한이 연초부터 핵 위협을 가중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선 미국 의회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응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으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나 다음 방문지에선 훨씬 적은 '팡파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엔 강경 노선을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인기는 최근 수주간 많은 실수로 인해 급격히 떨어졌다"며 미국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인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