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1995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英, 27년만에 '빅스텝' 밟았다…금리 0.5%P 올려 1.75%로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BOE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997년 BOE가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한 이후 역대 첫 빅스텝이다. 이번 인상으로 영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였던 2008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BOE는 최근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낮췄다가 지난해 12월 기조를 바꿨다. 처음엔 0.15%포인트 올렸고 올 들어 6월까지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상했다.

27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영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9.4% 올랐다. 5월(9.1%)에 이어 40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영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의 금리 인상 속도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BOE는 “가스 가격이 5월 이후 두 배로 뛰었다”며 “두어 달 뒤 영국 CPI 상승률이 13%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BOE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는 2년 뒤인 2024년께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긴 경기침체도 예고했다. BOE는 영국이 올 4분기부터 경기침체에 진입해 2023년 말까지 5분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고했다. 그런데도 금리를 올린 이유는 인플레를 잡아야 생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BOE는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