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던 알리바바 주식의 3분의 1을 파생상품을 통해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술주 약세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부진한 실적을 내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가 향후 알리바바 지분을 팔기로 하고 미리 매도금을 받는 선불 선도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을 통해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선불 선도계약의 경우 주식을 당장 매도하지 않으면서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주식을 다시 보유할 수 있는 권리도 받는다.

FT는 “그러나 만약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을 최종적으로 매도한다면 이는 한 시대의 종말을 뜻한다”고 평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가 투자 기업으로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20여년 전 알리바바가 신생 스타트업일 때 2000만달러(26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주도했다. 이후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손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이름을 날렸다.

컨설팅 업체 BDA 차이나의 던칸 클라크 회장은 “알리바바는 마윈과 손 회장을 각각 중국과 일본의 최고 부자로 만들었다”며 “손 회장이 알리바바 지분을 정말 매도한다면 이는 중국에 대해 그가 받고 있는 압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분기 마감한 직전 회계연도에서 27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2분기(4~6월)도 주요 투자업종인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