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내년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높아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평균 930엔(약 9167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 31엔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1일 보도했다. 상승폭은 3.3%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날 오후 환율(100엔당 985원37전)을 적용하면 일본의 내년 평균 최저임금은 약 9470원으로 한국의 내년 최저임금인 9620원을 밑돌게 된다. 일본 경제계는 내년 평균 최저임금이 약 35엔 오른 965엔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 최저임금은 올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적용된다.

한·일 간 최저임금 역전은 인상률 격차가 누적되고,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2년간 일본의 최저임금이 3%씩 오르는 동안 한국은 5%씩 상승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매년 7월 말 인상폭을 확정하면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사정을 고려해 개별 결정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도는 1041엔, 가장 낮은 오키나와현은 820엔이었다.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일본보다 높아졌다. 1일 서울역 인근에 있는 한 음료 매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일본보다 높아졌다. 1일 서울역 인근에 있는 한 음료 매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최저임금, 한국 年 5% 이상 오를 때 일본은 3%대 인상
주요 경제대국 중 가장 낮아…엔화가치 급락도 영향 미쳐

일본은 내년 최저임금을 가장 큰 폭으로 올리고도 한국에 처음 따라잡히게 됐다. 지난 수년간 한국이 일본보다 최저임금을 더 적극적으로 올린 데다 엔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결정한 최저임금 31엔 인상은 역대 최대폭(3.3%)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인상폭은 지난해의 3.1%(28엔)였다. 1일 아사히신문은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중시해 인상액이 최대 수준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역대 최대폭으로 올렸음에도 일본의 내년 최저임금은 한국(9620원)을 밑돌게 됐다. 엔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011~1081엔에서 움직이던 100엔당 원화 가치는 올해 2분기 이후 979~1003원으로 3~7% 뛰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주요 경제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최대한 빨리 최저임금을 1000엔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6년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사실상 동결)을 제외하고 매년 최저임금을 3% 이상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최저임금 수준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다른 나라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 7월 최저임금을 10.45유로(약 1만3930원)로 6.4% 올린 데 이어 오는 10월부터 12유로로 또 14.8% 인상한다. 프랑스도 5월부터 최저임금을 10.85유로로 2.6% 올렸다. 지역마다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시가 7월부터 최저임금을 16달러(약 2만860원)로 6.9% 인상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한국보다 낮아지면 동남아시아 지역 노동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 2015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일본은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 노동자로 메우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노동자들이 일본에서 일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해외노동 매력도 지수’에 따르면 2011년 36.7배였던 베트남 지수는 2021년 20.5배로 하락했다. 2011년 베트남 노동자가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다면 자국보다 37배를 더 벌 수 있었지만 현재는 20배를 더 버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중국인이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매력지수도 10년 새 8.4배에서 3. 6배까지 떨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