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에 대한 각국 보조금 지급 경쟁 중…한정된 기업 놓고 유치전 벌여야"
"美 반도체법, 한국 등 아시아로 갈 기업 얼마나 유치할지 관건"
미국 의회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미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 속에 얼마나 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달 28일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천800억 달러(약 365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가결했다.

WSJ은 이 법안이 보조금과 세액공제로 약 770억 달러(약 100조원)를 제공하는 등 한번에 거액을 지원하는 대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세계적으로 이미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넘쳐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1천530억 달러(약 200조원) 상당으로, 5년 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수십 년간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과 규제 혜택을 제공해왔고, 추가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1천500억 달러(약 196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추정이 나오며, 한국도 향후 5년간 2천600억 달러(약 340조원) 상당의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또 대만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생산 관련 프로젝트를 150개 정도 운영했고, 일본과 싱가포르 등도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 가까이는 한국(28%)을 비롯해 대만(22%), 일본(16%), 중국(12%) 등 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10년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만, 한국, 싱가포르보다 약 30%, 중국보다는 50%나 많이 든다는 게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피터 핸버리는 "반도체 제조에 대한 보조금 경쟁 상황"이라면서 각국이 한정된 숫자의 기업들을 놓고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들 기업이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하려는 수요도 비교적 한정돼있다.

WSJ은 "미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가능한 상황에서, 관건은 미국이 타국으로 갔을 주요 반도체 공장 투자를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라면서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이 큰 만큼 반도체업계가 자본 지출에 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전략(IBS)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 매출은 지난해 5천530억 달러(약 723조원)에서 2030년 1조3천500억 달러(약 1천765조원)로 급증할 전망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일부 반도체는 향후 2년간 과잉공급 상태겠지만, 2025∼2026년께 다시 반도체가 부족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2천억 달러(약 261조원) 가까이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생산공장 11곳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인텔이나 대만의 TSMC 등도 보조금 혜택을 이용해 대미 투자를 늘릴 전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반도체 분야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윌 헌트는 "중복 투자나 초과 생산을 초래할 수 있는 보조금 경쟁을 피하고자 미국이 동맹관계인 주요 반도체 제조국과 협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