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이어 미 국무장관·유엔대사 곳곳 순방
"지정학 경쟁 격화"…프랑스도 반러 전선 확장에 총력
미, 러 이어 아프리카 순방…'누가 진짜 친구냐' 구애전
미국이 러시아의 한바탕 세몰이가 휩쓸고 지나간 아프리카를 찾아 구애에 열을 올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8월 초 민주콩고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다.

이와 함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다음주 가나와 우간다로 떠날 예정이다.

앞서 지난주에는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장이 소말리아, 케냐를 방문한 바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돌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당성을 설득하고 미국의 각종 아프리카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홍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잇따른 고위관리 파견은 아프리카를 겨냥한 러시아의 최근 행보와 맞물려 주목된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을 지난 23~27일 이집트, 콩고공화국,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4개국에 보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들 나라를 돌며 세계 식량위기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오히려 서방의 친환경 정책과 코로나19 대유행이 현재 아프리카가 곤궁하게 된 실제 원인이라며 아프리카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마지막 방문국인 에티오피아에선 서방과 러시아 중 양자택일을 권하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세계에서 압도적인 대다수가 (과거 서방이 만든) 식민시대가 다시 온 것처럼 살고 싶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 러 이어 아프리카 순방…'누가 진짜 친구냐' 구애전
러시아의 이 같은 세력확장 시도를 고려할 때 미국의 고위관리 파견은 자연스럽게 러시아 견제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FP는 최근 러시아의 아프리카 방문에 '누가 진짜 친구냐'를 묻는 성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두 지정학적 경쟁"이라며 "우크라이나전을 두고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를 얻으려는 경쟁 상황이 잘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미국은 올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냉랭한 태도에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결의안이 14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긴 했으나 아프리카에서 17개국이 기권표, 1개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옛 소비에트연방 시절부터 이어온 러시아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소련은 아프리카 주민들이 식민지배, 백인우월주의 정권에 저항할 때 그들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 위기에 몰린 러시아로서는 전통적 관계를 통해 활로를 찾고 반서방 전선을 확장할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의 추가 야욕을 꺾으려는 미국으로서는 아프리카가 심각한 난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전 세계적 대립 양상에서 지금껏 한 쪽에 물러나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투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방의 주축이자 식민시대부터 아프리카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도 이미 아프리카 단속에 들어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카메룬, 베냉, 기니비사우 등 3개국을 순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베냉에선 "러시아는 제국주의적 식민세력"이라며 "자국 이익을 위해 주변국 침공을 결단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카메룬 대통령의 면전에선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너무 자주 전쟁을 전쟁으로 부르지 못한다"며 "외교적 압력 때문에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도 말을 못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미, 러 이어 아프리카 순방…'누가 진짜 친구냐' 구애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