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투표율 30.4%…역대 선거·투표 중 최저
대통령 "튀니지의 선택 세계에 교훈"…미 국무부 "견제·균형 약화 우려"
튀니지 '막강 대통령제' 개헌 통과…국민투표서 94.6% 찬성
'아랍의 봄' 혁명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집중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 격인 독립 고등 선거청(ISIE)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 참여자 94.6%가 개헌안에 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최종 투표율은 30.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른바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새 헌법 도입에 따라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은 물론 군 통수권까지 부여하며,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도 받지 않는다.

또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은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런 강력한 대통령제가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튀니지를 독재정치 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튀니지 '막강 대통령제' 개헌 통과…국민투표서 94.6% 찬성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속에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여온 사람들은 정당 중심의 정치 체제를 뒤엎는 대통령의 개헌 시도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이른바 '명령 통치'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개헌까지 성사시킨 사이에드 대통령은 "튀니지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튀니지 국민의 선택은 전 세계에 교훈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튀니지의 새 헌법에 인권과 자유 보장을 위한 경제와 균형의 원칙을 약화하는 요인이 들어 있어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다.

민중 봉기로 독재자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진전 속에서도 심각한 경제난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했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국민의 불만은 계속 쌓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