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21일(현지시간) 재가동했다. 그러나 가동을 멈추기 전 수준으로 공급량이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유럽의 대러 제재에 천연가스 무기화로 맞불을 놓자 유럽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에 나섰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 홈페이지는 중앙유럽표준시(CET) 기준 06∼07시(한국 시간 오후 2~3시)에 이 가스관으로 시간당 2138만8236kwh의 천연가스를 보냈다고 표기됐다. 오스트리아 국영 가스사 OMV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날 가스프롬이 합의된 가스 공급량의 50%를 공급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 1 가스관을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1은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중 3분의 1을 수송하는 핵심 가스관이다.

가스프롬은 정기 점검을 가동 중단의 이유로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여겨진 만큼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했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겨울을 앞두고 연료 비축 경쟁에 돌입하며 ‘가스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노르트스트림1 가동 재개로 유럽 국가들은 당장 한숨은 돌리게 됐다. 다만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이 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클라우스 뮐러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장은 20일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1 수송 용량의 30%만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전면 끊기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일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사용량을 내년 3월까지 15% 이상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기간 사용량 평균 기준이다.

EU는 앞서 오는 11월까지 천연가스 비축량을 설비총량 대비 80%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가스관을 열흘간 잠그며 공급량이 급감하자 소비도 줄이기로 했다. 최근 EU는 아제르바이잔 천연가스 수입량을 2027년까지 배 이상 늘리는 계약도 체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만큼 유럽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