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총리, 20일 의회서 입장 표명키로…오성운동과 타협여부 주목
'정국 위기' 이탈리아 총리가 낸 사임서 대통령이 반려(종합)
이탈리아 최대 정당 오성운동(M5S)의 연립정부 이탈로 위기에 빠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제출한 사임서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려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드라기 총리에게 정국 위기 상황을 의회에 설명하고 자체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드라기 총리는 20일 상·하원에 연이어 출석해 현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오성운동이 이날 260억 유로(약 34조2천376억 원) 규모의 민생지원 법안과 연계된 상원의 내각 신임 투표를 '보이콧'하자 더는 연립정부를 지탱하기 어렵다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그동안 에너지 위기·물가 상승 등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을 위한 지원책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놓고 드라기 총리와 각을 세워왔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한 것과 관련해 현지 정가에서는 드라기 내각이 현 의회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결정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에너지 비용·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교체나 조기 총선 실시는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란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가을 총선을 실시한 적이 없다.

9∼10월은 차기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국 향배의 키를 쥔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유임 의지를 천명한 만큼 오성운동을 포함한 의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드라기 총리가 의회에 출석하는 20일 드라기 내각의 의회 과반 점유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신임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라기 총리의 최대 우군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PD) 당수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드라기 내각에 대한 의회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닷새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짚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는 작년 2월 연정 붕괴로 사임한 콘테 전 총리의 후임으로 내각 사령탑을 맡아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등 현안에 무난하게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