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2분기 자국산 원유 정제량을 줄이는 대신 러시아산 연료유 수입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좁아지자 가격을 할인해 팔고 있다. 원유 대국인 사우디도 여름철 냉방 수요 충족과 자국산 원유 수출분 확보를 위해 이를 수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가 입수한 석유 관련 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아이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4~6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항구를 통해 러시아산 연료유 64만7000t을 수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2만t)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양이다. 작년 사우디의 러시아산 연료 수입량은 105만t이었다. 한 분기 만에 1년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들여온 셈이다.

또한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중동 오일허브 푸자이라를 통해서도 러시아산 연료유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올 들어 푸자이라로 들어온 러시아산 연료유는 117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90만t)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이달 90만t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1~7월 유입 총량만 210만t으로 작년 연간 유입량(164만t)을 웃돌게 된다.

사우디는 수년 전부터 러시아산 연료유를 수입해 자국 전력 수요에 필요한 원유 사용을 줄여왔다. 이렇게 아낀 원유를 국제시장에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사우디는 정제 능력을 2017년 하루 290만 배럴에서 360만 배럴로 확대했지만, 올 2분기 정제능력 사용률은 70~73%에 그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