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을 올가을에 국장(國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는 헌정사상 최장기간 중책을 맡아 뛰어난 리더십과 실행력을 보였다”며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거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폭력에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이라며 국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 총리로 취임, 두 번의 임기를 거쳐 8년9개월 동안 집권했다. 그는 지난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12일 아베 전 총리의 가족장이 비공개로 치러졌다.

가족장 이후 정부 주도로 치러질 장례식은 관례에 따라 정부와 자민당의 합동장으로 거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그간 나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낸 데다 외교 및 내정 등에서 큰 자취를 남겼다는 점 등을 들며 자민당 내에서는 국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직 총리가 사망한 뒤 국장이 치러진 사례는 지금까지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유일하다. 1967년 사망한 요시다 전 총리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뒤 일본의 재건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다른 전직 총리의 정부 주도 장례식은 대부분 정부와 자민당의 합동장으로 거행돼 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