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빌 애크먼 "투자할 곳이 없다"…40억달러 스팩 청산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사진)이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청산했다. 현재 투자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청산 이유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퍼싱스퀘어 산하의 스팩 기업 ‘퍼싱스퀘어톤타인홀딩스’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이 스팩은 2020년 7월 상장했다. 당시 사상 최대 자금을 모았다. 애크맨은 스팩을 청산하고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두 돌려줄 계획이다.

애크맨은 “자본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빠른 회복은 우리 스팩에는 불운이었다. 전통적인 기업공개(IPO)가 스팩 인수 상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고, 상장을 원하는 우수한 기업들이 선호하는 대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 들어 뉴욕증시가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팩은 비상장사가 우회적으로 상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자 기업들의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스팩은 규정상 설립된 후 2년 내 우회 상장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러나 퍼싱스퀘어톤타인홀딩스는 설립 2년을 수주 앞둔 현재까지 우회 상장할 기업을 찾지 못했다.

애크먼은 과거 이 스팩에 모인 투자금을 유니버설그룹 지분 10%를 인수하는 데 사용하려 했다가 규제당국의 제지를 받아 중단했다. 이후 로버트 잭슨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 등으로부터 스팩을 ‘불법 투자회사’로 운영했다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