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 홍콩 떠나면서 "이대로면 홍콩 국제허브 유지못해"
"홍콩의 정치 제도를 손상하면서 홍콩의 독특한 경제,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실현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중국은 두 가지를 동시에 쥘 수 없다.

"
한스컴 스미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가 11일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고별 연설을 하며 한 발언이다.

이임을 앞둔 스미스 총영사는 "중국은 홍콩의 정치적, 사회적 자유를 제약함으로써 홍콩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발전하도록 한 특징들을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스미스 총영사는 또 "홍콩국가보안법을 광범위하게, 마구, 무섭게 휘두르는 것은 홍콩의 국제금융 허브의 역할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홍콩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의 모호한 해석은 공포와 강압을 조장하고 홍콩의 강력한 법치 전통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직 '애국자'만이 홍콩을 다스릴 수 있도록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고친 것 역시 홍콩의 미래를 더욱 약화할 것이라며 "진정한 애국심은 자유로운 사람들의 충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애국심과 충성을 법제화하는 상부로부터의 헛된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2019년 7월 홍콩에 부임한 스미스 총영사의 재임 3년은 홍콩의 격변기와 궤를 같이한다.

중국은 2019년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놀라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했고, 지난해에는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해 반대파가 설 자리를 없애버렸다.

미국 관리들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관리들이 스미스 총영사와의 만남을 거부했다고 확인했다고 AFP는 전했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공모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최근까지 홍콩 경찰은 190여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주요 야당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대거 붙잡혀 기소됐다.

스미스 총영사는 "일상적인 외교 활동도 '간섭'으로 규정됐고, 일부 외교관들은 국가보안법의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강한 나라는 반대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공모가 아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간섭이 아니다.

악수는 '검은 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개인과 언론을 침묵시킨 것을 지적하며 "홍콩은 사상적 편집증과 집단사고가 아니라 개방성과 투명성을 포용했을 때 성공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디에는 적용하고 어디에는 적용하지 않는 '알 라 카르트'(a la carte: 기호에 따라 주문하는 일품요리) 같은 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스미스 총영사는 미국은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고도의 자치를 지킬 것을 요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어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도 이처럼 단기간에 정치적 환경에서 이 같은 중대한 부식을 목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홍콩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은 과거 한동안 준엄한 시련을 겪었고, 위험한 도전을 이겨냈다"며 "비바람을 겪은 후 홍콩은 고통을 견디며 잿더미에서 다시 태어났고, 왕성한 생기를 띠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 총영사는 "2019년 수백만 홍콩인들은 독립을 요구한 게 아니라 약속받은 자유와 법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시 주석의 말을 반박했다.

그는 "홍콩의 불안정과 폭력을 외세 탓이라고 하는, 중국 정부가 애용하는 비유는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결점을 외국의 희생양 탓으로 돌리려는 중국 지도부의 노력"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홍콩이 강대국 간 투쟁의 인질이라고 묘사하려는 노력은 진실을 피하려는 또다른 시도"라며 "홍콩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수십년간 변함없었다"고 덧붙였다.

스미스 총영사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주대만미국협회(AIT)와 코펜하겐, 프놈펜, 방콕, 카불,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을 거쳤으며, 상하이 총영사를 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