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은커녕 단체 사진도 못 찍어…러 외무, 회의 중 퇴장
우크라 전쟁 후 첫 G20 외무장관 회의, 성명 없이 빈손으로 끝나(종합)
우크라이나 전쟁 후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결국 공동성명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번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했지만, 회의 도중 중도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우크라 전쟁·식량위기 논의했지만 공동 성명 못 내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식량 위기 등이 논의됐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전쟁터가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참가국에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미국 등 서방국 장관들은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식량 위기가 발생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으며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해제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의 곡물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트노 장관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참가국은 치솟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대해 우려했다"며 "일부 G20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하고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방의 러시아 압박에 모든 회원국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고, 라브로프 장관도 회의 도중 퇴장하는 등 참가국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결국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으며 단체사진 촬영도 없이 마무리됐다.

우크라 전쟁 후 첫 G20 외무장관 회의, 성명 없이 빈손으로 끝나(종합)
◇ 블링컨 "우크라, 러시아 땅 아니야" 비난…라브로프 자리 떠
이날 회의의 또 다른 관심은 라브로프 장관에 대한 서방의 보이콧 여부였다.

미국 등 주요 서방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G20에서 러시아 퇴출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올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처럼 러시아의 본회의 발언에 맞춰 서방국 외교장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보이콧'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전날 열린 환영 만찬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에 항의하며 주요 7개국(G7) 장관이 전원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장면이 연출됐다.

AFP 통신은 서방 관료의 말을 인용해 오전 회의 중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자 라브로프 장관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 동료들에게 말한다"라며 "우크라이나는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당신들의 곡물이 아니다.

왜 항구를 차단하는가.

곡물이 나갈 수 있도록 내보내야 한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에게 "서방 국가들은 G20의 의무를 따르지 않고 세계 경제 사안들을 다루는 걸 방해했다"며 "(서방은) 연단에 서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옆길로 새 극도로 광분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관련 러시아 연방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오후 회의에 불참하면서 화상으로 참석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연설은 듣지 못했다.

쿨레바 장관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생존 살인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헝거 게임'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헝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어떤 국제무대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높은 에너지 가격과 기아, 안보에서 세계를 협박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전쟁 후 첫 G20 외무장관 회의, 성명 없이 빈손으로 끝나(종합)
◇ 회의 중 영국 총리 사임·아베 전 총리 사망 소식 나와…양자 회담은 활발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든 G20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로 주목받았지만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전날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자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또 회의 중간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나와 참석자들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회의 시작 전 레트노 장관이 참석자들을 환영하며 맞이하는 행사 때는 라브로프 장관이 등장하자 취재진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언제 전쟁을 멈출 것인가",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느냐"고 소리치기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장관들은 본 회의와 별도로 다양한 개별 회담을 하고 외교전에 나섰다.

특히 한국과 중국, 한미일, 중국과 인도, 중국과 호주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이 있는 국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으며 9일에는 블링컨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날 예정이다.

다만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블링컨 장관이 만남을 거부한 탓이라면서 "접촉을 포기한 건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다.

우리는 회의를 하자고 쫓아다니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