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vs 중러 갈등에 공동 성명 없을 수도
러 외교장관 발언 때 서방 보이콧 움직임도 관심
G20 외교장관 본회의 개막…우크라 전쟁·식량위기 등 논의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본회의가 8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식량 위기, 기후변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에 있을 G20 정상회의 의제도 조율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각종 이슈에서 서방과 러시아, 중국 등이 파열음을 내면서 20개국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20개국이 공동 성명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가장 큰 갈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식량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해제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의 곡물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압박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 인도, 남아공, 브라질 등은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국가는 서방의 제재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합리화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일방적인 제재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왔다고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방이 러시아의 G20 퇴출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것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라브로프 장관이 다자외교 회의에 참석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관례상 본 회의 때는 모든 장관이 돌아가며 발언을 하는데 라브로프 장관이 발언할 때 서방국 외교장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보이콧'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발언을 시작하자 미국 등 주요 서방국 장관들이 자리를 뜨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전날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G20 회의를 자신들의 발판으로 삼는 것을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 청취를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날 열린 공식 환영 만찬에서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에 항의하는 뜻에서 만찬에 불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전날 밤 발리에 도착해 환영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가 열리는 8일과 오는 9일에도 각국이 별도로 만나는 양자회담이 계속된다.

전날 이미 중러, 한중, 중·인도 장관 회의 등이 열렸으며 9일에는 미중 외무장관의 양자 회담이 예고돼 있다.

다만 미·러 양자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