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석탄 사용을 다시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량이 감소해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미국, 중국 등이 석탄 사용을 다시 늘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설적으로 탄소 중립에 앞장섰던 유럽 국가들이다. 앞서 2030년까지 석탄 퇴출을 약속했던 독일은 오히려 수입량을 늘렸다. 현재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독일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석탄 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 일부 지역은 석탄 사용량을 늘렸고,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도 석탄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인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뉴델리에 있는 싱크탱크인 사회경제진보센터의 라훌 통기아 연구원은 “지난 4월 인도의 석탄 발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소비 증가와 맞물려 석탄 채굴량도 늘어났다. WSJ는 중국과 인도에서 지난해 석탄 채굴량이 10% 증가했고, 올해 1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석탄 생산업체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원개발사인 스위스 글렌코어는 상반기에만 32억달러(약 4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석탄 퇴출을 선언했던 국가들까지도 석탄에 눈을 돌리는 까닭은 에너지 공급난 때문이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제재를 위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EU에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가는 맞불 작전을 펼쳤다. 여름철 폭염까지 겹치며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쓰라린 현실”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에너지 전문 로펌 빈슨앤드엘킨스LLP의 알렉스 미망 파트너는 “(각 국가는) 러시아산 에너지보다 더 많은 석탄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의 ‘석탄 회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세계적인 약속을 공수표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은 천연가스보다 약 두 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3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근거로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