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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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트에 가면 특이한 점이 있다. 대형업체 홀푸드 크로거 월마트 트레이더조부터 뉴욕의 수많은 식료품점까지 크고 화사한 꽃다발이 쇼핑객을 맞이한다. 물론 미국인들이 꽃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꽃다발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자 이 또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비즈니스는 미국 슈퍼마켓이 꽃을 파는 ‘놀라운 이유’를 전했다. 멋지게 차려입은 마네킹, 정성스럽게 꾸민 진열장, 파격 할인을 홍보하는 포스터 등의 마케팅 수단들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어떤 수법은 아주 미묘해서 소비자가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데 꽃이 바로 그 중 하나다.

많은 식료품점이 꽃다발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은 아주 전략적이다. 꽃으로 소비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이 공간에 좋은 것들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굳게 닫힌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러트거스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수인 아시아니 몽가(Ashwani Monga)는 “싱싱한 꽃을 파는 곳에서는 음식도 신선할 것이라고 소비자가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이를 잘못된 귀인(misattribution)이라고 부르는데, 인간이 상황과 착각해서 원인을 잘못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혼잡한 매장에서 빠른 음악을 틀면 방문자는 빠른 템포의 음악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과 같다.

또한 꽃 자체로도 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꽃은 전체 매출 비중에서 1~3%에 불과하지만, 국제신선농산물협회(IFPA)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평균 47% 마진을 남겼다. 즉 소비자가 15달러에 산 꽃다발 원가는 단돈 7달러50센트라는 것이다. 미국 식료품점에서 파는 식물 대부분은 땅과 인건비이 저렴한 남미산이기 때문이다.

꽃 산업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소비자들이 비필수 품목에 대한 지출을 줄이더라도 꽃 판매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IFPA의 화훼 담당 이사인 베키 로버츠는 “당신이 200달러짜리 저녁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라도 나를 위한 선물로 꽃다발을 사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