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지, 보잉의 '실망' 메시지에 "美정부와 얘기하라"
중국의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여객기 대량 구매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미국과의 갈등이 고려된 결정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4일 '보잉 실망? 중국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통해 "중국 기업의 동기를 분석하기보다는 미국 정부의 행위를 반성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툭하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말하며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고 무역제한 법규를 내놓는 나라와 누가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에어차이나,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 중국 국영 항공사 3곳이 에어버스로부터 372억5천700만달러(약 48조원) 상당의 여객기 A320 네오(neo) 292대를 구매하기로 한 결정에 경쟁사인 미국 보잉이 정치적 배경이 존재한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자국 정부를 탓하라는 식으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신문은 "보잉은 지정학적 차이가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불평하지만, 중국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요소가 있다면 미국의 경제·무역 이슈의 정치화가 역효과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잉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는 토대 위에서 시장 규칙에 대해 미국 정부, 국회와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물론 보잉만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다른 제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민항기 시장인 중국이 유럽 에어버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미국을 향해 언제든지 강력한 구매력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소원해진 유럽에는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보잉은 중국 항공사들이 오는 2040년까지 화물기를 포함해 총 8천700대의 새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