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제재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를 찍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9월물 기준) 가격은 지난 1일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11.63달러다.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3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 원유 제재하면 국제 유가 3배로 뛸 것"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에서 국제 원자재 분석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나타샤 카네바 등 분석가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원유 감산으로 보복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카네바 대표 등은 러시아의 재정 상태가 현재 나쁘지 않아 원유 감산을 감행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는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70만 배럴(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 포함)로 전달보다 5% 늘었다.

카네바 대표는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씩 감산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9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최근 합의했다. 러시아 원유를 일정 가격 이상으로 사들이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JP모간은 러시아가 가격상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원유 감산 및 수출 감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카네바 대표 등은 “러시아는 원유 감산을 통해 서방에 대항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원유 공급 부족 상황은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공급 경색 우려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각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회원국들의 연합체인 OPEC+는 오는 8월에도 이달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악재에도 국제 유가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