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수출을 제한했던 인도네시아가 수출 물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국 내 팜유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생산 농가에 타격이 발생해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국 내 판매량의 5배로 제한했던 팜유 수출 물량 한도를 7배로 높여달라고 통상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팜나무 열매에서 채취하는 팜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기름이다. 식용유는 물론 가공식품, 화장품, 바이오디젤 연료 등의 원료로 쓰인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이 치솟자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손이 줄어 인도네시아 내 팜유 생산량이 감소했다. 해바라기씨유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며 대체재인 팜유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이후 한 달 만에 수출 재개에 나섰지만 국내 공급 물량을 일정 비율만큼 유지해야 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하지만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팜나무 열매 가격이 급락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인도네시아 팜유협회(GAPKI)에 따르면 4월 팜유 수출량은 208만9000t으로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었다. 반면 4월 재고량은 610만3000t으로 1년 전보다 90% 가까이 늘었다. 인도네시아 농민들도 대규모 손실을 봤다며 집단 시위에 나섰다.

루훗 장관은 팜유 소진을 위해 바이오디젤 내 팜유 비율을 현행 30%에서 35~4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9월부터 경유에 팜유 원유(CPO) 20%를 섞어 만든 바이오디젤 ‘B20’을 모든 경유 차량과 기계류에 사용하도록 했다. 2020년부터는 팜유 원유 비중을 30%로 높인 B30 사용을 세계 최초로 의무화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