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알바생 '귀한 몸'…계약서만 써도 10만엔 보너스
“채용 축하금 10만엔(약 95만원) 지급합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쟁탈전이 치열해진 일본에서 시급의 100배에 달하는 채용 축하금을 내거는 술집과 음직점이 늘고 있다.

30일 인재 정보회사 리크루트에 따르면 지난 5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의 음식점 아르바이트·파트타임 평균 시급은 1055엔으로 조사됐다. 작년 같은 달보다 46엔(4.6%) 오르며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점의 접객과 조리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의 시급이 많이 올랐다. 객장 스태프와 주방 보조의 시급은 각각 1066엔과 1055엔으로 작년보다 약 5% 올랐다.

숙박과 레저 등 관광업계의 인건비도 크게 상승했다. 관광업을 포함한 판매·서비스 업종의 5월 평균 시급은 1085엔으로 2.9% 올랐다. 호텔 프런트 직원 시급은 작년보다 54엔(4.8%) 오른 1190엔에 달했다. 전체 업종의 평균 시급 역시 2.8% 오른 1123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 인건비는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 때문에 치솟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들어간 관광업과 외식업계는 채용을 늘리고 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아르바이트 직원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일본의 관광·외식업은 만성 인력 부족에 신음하는 업종이었다. 아르바이트 직원의 상당수는 대학생이었다. 저녁에 일하기 때문에 강의 시간과 겹치지 않고, 시급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 수급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3월 말 긴급사태와 준(準)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되면서 술집과 식당을 찾는 손님은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본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수요가 급증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대학생 수는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영업점이 장기간 휴업한 동안 대학생들이 외식과 관광 업종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시의 한 대학생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음식점은 언제 영업제한이 다시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직종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입국규제로 외국인 유학생과 노동자가 급감한 것도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정보회사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지난 4월 벌인 조사에서 음식점의 77.3%, 여관과 호텔의 56.1%가 ‘비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6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면서 관련 업종의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화가 약세일수록 외국인 관광객의 체감 물가는 싸진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137엔까지 하락했다. 지난 21일 136.71엔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가 또다시 1998년 9월(147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리크루트 관계자는 “음식점 등 서비스 업종 전체의 인력 쟁탈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