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수장들이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세계화와 고령화 등으로 코로나19 확산 전 저물가 시대가 이어졌지만 전염병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며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경기 침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통화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저물가 환경은 사라졌고, 우리 삶의 요인들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중앙은행들도 통화 정책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경기 부양에 초점을 뒀던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경기 후퇴 위험에 대한 질문에는 “물론 위험이 있지만 가장 큰 위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큰 위험은 가격 안정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이제야 알았다”며 오판을 인정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저물가 환경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규모 지정학적 충격은 경제 상황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ECB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면서 7월에는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도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인상할 경우 11년 만에 처음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점진적인 정책 진행을 강조했으나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이 다음달에도 같다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겠다”며 “제 1의 임무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