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통 공룡’ 테스코가 자사의 매장에서 미국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의 제품을 퇴출시켰다. 크래프트하인즈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해서다. 영국 유통사들은 물가상승률이 9%를 돌파하면서 식비까지 아끼고 있는 영국인들을 상대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테스코는 자사의 매장 및 전자상거래몰에서 크래프트하인즈의 베이크드빈, 케첩, 토마토수프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영국인들이 애용하는 제품들이다. 크래프트하인즈 제품이 있던 테스코 매장 진열대 대부분이 텅 빈 상태로 알려졌다.

테스코와 크래프트하인즈는 이들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놓고 분쟁 중이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제조비용 상승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이달 초 클래시코 파스타 소스, 맥스웰 하우스 커피 등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유통사들에 통보하기도 했다.

반면 테스코는 자사의 고객에게 가격인상을 전가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테스코는 “명분 없는 가격인상에 따른 부담을 우리 고객에게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BBC는 인플레이션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가격을 낮게 유지하는데 유통사들이 최근 전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가격이 많이 오르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지출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자 유통매장 계산대에서 고객들이 사려던 물건을 덜어내 예산을 맞추는 풍경도 흔해졌다.

전문가들은 테스코와 크래프트하인즈가 벌이고 있는 신경전이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적당한 가격을 놓고 제품 공급사와 유통사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는 의미다. 일단 테스코와 크래프트하인즈는 논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테스코는 2016년에도 유니레버가 마마이트 스프레드,PG팁스 차 등의 가격을 올리자 해당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