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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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지난 3년 동안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가 상승기에도 충동적인 소비를 절제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근무를 하며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영국 가디언지는 시장조사기관 유고브(YouGov)와 핀테크 업체 몬조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해 ADHD의 환자들이 평균보다 충동적인 소비를 할 확률이 4배 높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DHD 환자 중 60%는 재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비질환자에 비해 매년 1600파운드(약 251만원)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ADHD가 개인 재정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에 지출 계획을 짜놓더라도 이를 지키는 환자들은 50%에 불과했다. 비질환자들은 85%가 가계부 지출 계획을 따랐다. 때문에 비 질환자(11%)에 비해 빚에 시달릴 확률(31%)도 높았다. 재정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은행을 신뢰한다고 답한 ADHD 환자는 19%에 불과했다.

ADHD는 아동기에 발병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최근 성인 환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에서 보고된 성인 ADHD 진단 건수는 123% 증가했다. 청소년과 유아 발병률을 크게 앞질렀다. 영국 국립건강관리연구소도 성인 인구 중 4%인 180만명이 ADHD를 앓는 중이라고 추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ADHD가 더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정신의학 전문매체 애디튜드(ADDitude)는 지난 3월 미국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분의 1이 ADHD를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온라인 처방플랫폼인 싱글케어에선 지난해 1월부터 1년 동안 ADHD 치료제인 에더럴 처방 건수가 16% 늘었다. 코로나19로 진단 여건이 악화하여도 발병 건수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ADHD 환자들의 생계가 위기에 놓였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업무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 안에 놓인 전자기기 등 주의력을 뺏겨 근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일 처리를 새벽으로 미루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생활 습관이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 폴라코스 마이칸시나이 의대 교수는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며 “결국 또 새벽에 집중하게 돼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행동치료협회의 재닛 헬퍼른 심리학자는 “ADHD 환자들이 사무실에서는 동료들과의 교류와 유대 덕에 효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환자 중 상당수가 팬데믹 기간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업무 양 측면에서 고통을 받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통을 덜어내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무환경에서 주의를 끌 만한 요인을 모두 제거하는 데 주력하라는 조언이다. 반대로 소비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출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갖춰놓으라고 강조한다. 지출 알람을 켜놓고 가계부를 늘 눈에 띄는 곳에 두라는 설명이다.

ADHD 환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ADHD UK에서는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은행들도 이들에게 통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환자들을 위해 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