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러시아에 거주하는 '사미족'
러시아 측 '전쟁 옹호'에 유럽 측 사미족 사회서 '퇴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갈라놓은 북유럽 소수민족 공동체
북유럽 소수민족 '사미(Sami)족'이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포린폴리시(F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 사는 사미족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여기에 반대하는 유럽 측 사미족 사회와 마찰이 일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등에 거주하는 전 세계 사미족 지도자들의 협의체인 '초국경적 사미족 위원회'는 지난 4월 러시아 국경 내에서 활동하는 지역 사미족 위원회와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사미족 위원회는 또 러시아 지역에서 사라질 위기인 사미족 언어 되살리기 연구를 중단했다.

사미족 거주지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도 멈췄다.

기후변화 데이터 수집이나 문화 협력도 단절돼버렸다.

러시아·유럽 사미족 사이에 '철의 장막'이 다시 쳐진 것은 러시아 측 사미족 위원회 수뇌부 인사가 침공 옹호를 상징하는 'Z' 상징물이 새겨진 기타를 연주한 사진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또한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콜라반도 사미족협회'가 서명에 참여한 '러시아 북부 원주민위원회'의 성명도 문제가 됐다.

성명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평화 유지 활동'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초국경적 사미족 위원회의 크리스티나 헨릭센 회장은 "북유럽·러시아계 사미족의 통합을 위해 반평생을 바쳤는데, 우리가 쌓아 온 그 모든 것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사미족은 이른바 '사프미' 지역에 분포해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와 러시아 백해 콜라반도 등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전세계의 사미족 인구는 약 8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에 살고 러시아에는 1천500명 정도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북유럽·백해 인근에서 수천 년 동안 수렵·어획을 하거나 순록 떼를 기르면서 생계를 이어 왔다.

이들의 역사에 비하면 유럽 국가의 형성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그나마 핀란드·스웨덴·유럽에서는 각국 정치권에 사미족 대표자를 내세우는 노력이 계속됐다.

핀란드에서는 사미족 자치 의회가 헌법에 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측 사미족은 옛소련의 형성·붕괴 등을 지켜보며 매우 굴곡진 역사를 경험했다.

특히 소련이 핀란드와 국경선을 형성하면서 이 지역에 살던 사미족이 별안간 이산가족이 돼버렸고, 상당수는 강제로 이주당했다.

사미족 거주 지역인 콜라반도가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고, 지하자원도 풍부하다는 이유였다.

1938년에는 서방국과 가까운 사미족 지도자들이 콜라반도에 독립국을 세울 거라는 낭설이 소련 내에 퍼졌다.

소련 당국은 이 낭설을 근거로 사미족 지도자 수십 명을 체포·처형하기도 했다.

근근이 이어지던 서방과의 연계가 끊어져 버린 러시아 사미족 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무르망스크주 사미족 협의회의 알렉산드르 슬루바치크 회장은 FP에 전한 이메일에서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지만 국경으로 나뉘었을 뿐"이라며 "우리 민족이 조화롭게 개발되려면 모든 사미 사회가 함께 국제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코멘트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