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급락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중동 지역만 활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의 돈뭉치가 중동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지원 정책도 유동성 증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기업 테콤(Tecom)이 두바이증권거래소(DFM)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테콤은 두바이 내의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국영기업이다. 테콤은 이번 IPO를 통해 96억 3000만달러(약 12조 3678억원)를 조달할 방침이다.

테콤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반영된 가격이다. 테콤이 운영하는 10개의 산업단지에는 총 75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메타,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도 들어서 있다. 글로벌 부동산업체인 나이트프랭크는 “두바이 부동산 가치가 증대되면서 테콤 기업가치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두바이 정부는 IPO에 앞서 사전 준비를 끝냈다. 기업가치를 36억 5000만달러에 책정해 지분을 매각해 4억 5400만달러(약 5832억원)를 조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PO 공모 첫 날 기존 시가총액을 웃도는 투자금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두바이 증시가 급등하자 IPO 열기가 되살아났다. 두바이증권거래소 대표지수(DFM)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주가 상승률이 42%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0%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고(高)유가와 두바이 정부의 정책이 맞물려 두바이 증시가 상반기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며 “세계적인 증시 하락세에 지난달 조정이 이뤄졌지만 두바이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IPO는 두바이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정책의 일환이다. 수 년동안 정체된 두바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 지난해 국영기업 10곳을 차례대로 상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수력전력청(DEWA)의 IPO를 성사했다. 전체 지분의 6.5%(약 32억 5000만주)를 상장하며 61억달러(약 7조 8000억원)를 조달했다. 당시 세계 IPO 규모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세계 증시 하락에도 열기 '후끈'…투자자들 돈뭉치 싸들고 간 곳
두바이를 비롯해 중동 지역 자본시장이 활황세를 타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줄이 중동으로 향한 것. 올해 1~5월 중동 주식시장에서 IPO로 조달한 총액은 114억달러에 육박했다. 지난 1일 UAE의 정유업체 보르쥬가 아부다비 주식시장에서 20억달러를 조달했다. IPO 당시 목표액의 약 40배인 830억달러의 청약금이 쏠렸다.

시티그룹의 중동ECM 책임자인 루디 사디는 “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순매수가 증가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세계 투자자들이 중동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