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50년 만에 최악의 수익률로 상반기를 마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증시가 바닥이니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더 떨어질 테니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4(현지시간)일 S&P5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06% 오른 3911.74에 장을 마감했다. 주간 성적으로 보면 6.4% 상승했지만, 올 들어서 이날까지 18%가량 빠졌다. S&P500지수가 상반기에만 15% 이상 하락한 것은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 이후 다섯 번에 불과하다.
“약세장 더 이어질 것”
로이터통신 등은 26일 “올해 상반기 S&P500지수가 18% 하락해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함에 따라 증시 바닥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3%가 향후 6개월간 미국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티머시 브로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글로벌 부문장은 “상반기 주식시장에 휘몰아쳤던 불협화음과 변동성이 하반기가 된다고 해서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이 1870년 이후 150년간 있었던 총 56번의 약세장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올 최고점 대비 최대 40%까지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시점보다 22% 추가로 떨어져 3020대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3월 S&P500지수가 바닥을 친 이후 두 배 이상(113%) 급등한 상황”이라며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과열 증시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통상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담는 채권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고 전했다. 뱅가드 채권시장지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10.8% 떨어졌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수석투자전략가는 “최근 채권 수익률 하락세는 신흥시장 주식과 단기 하이일드 채권 등으로 투자금을 몰리게 해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미국 증시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저점 매수 미루지 말아야”
하반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가 급락은 가파른 반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LPL파이낸셜이 1932년부터 90여 년간의 추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상반기에 15% 이상 떨어진 해에는 하반기 들어 평균 수익률이 24% 가까이 반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등세를 예측하는 주요 배경엔 연기금, 국부펀드 등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자금 운용 수익률 목표치를 따라잡기 위해 매 분기 말 리밸런싱(자본조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들이 끌어모은 현금을 하반기 주식 매수에 할당하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융시장 전반의 투매 행렬로 인해 헐값이 돼버린 자산들을 사들일 때가 왔다”며 “나는 이미 공격적으로 자산 매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 관망하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역행’ 투자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가 거래하는 모든 자산이 6~12개월 전에 비해 상당히 저렴해진 상태”라며 “주식시장에서 바닥을 기다린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투자한다 한들 고점까지 올라가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너무 심하게 떨어져서 '물타기'(주가 하락 시 저점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일)도 못하고 손 놓고 있습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는 2.04% 내린 가격에, 네이버는 2.18% 오른 가격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희비가 갈렸지만 반년 정도로 기간을 넓혀 보면 두 종목 모두 가파르게 우하향하는 주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각각 40.36%, 38.18%씩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 하락률이 2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빅테크 주가 낙폭이 유독 큰 셈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절반 넘게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적도 최하위권이다. 해당 기간 'TIGER KRX인터넷K-뉴딜'과 'TIGER 소프트웨어'의 손실률은 50.47%, 40.71%에 달한다.성장주 수난시대인 셈이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가 잇따라 충격을 주면서 대표 성장주들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광고·커머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하락세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도 이달에만 6개(카카오 4곳·네이버 2곳)가 나왔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작년 네이버·카카오 등 인기 성장주를 담은 ETF를 구상했다가 이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들어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플랫폼과 게임 등 인터넷 업종 기업들의 낙폭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빅테크의 추락에 개미들은 '일단 사고 보자'식의 투자에 나섰다. 주식값이 많이 내린 만큼 물타기나 저가 매수 전략을 펴는 것이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의 기간 동안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개인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장 많이 샀다. 순매수 금액은 네이버 2조1092억원, 카카오 1조8014억원이다.한편 기관과 외국인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반전된다. 가장 외면하는 종목 중 하나인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1조5377억원, 1조231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각각 외국인 순매도 3, 5위다. 기관도 네이버 6645억원, 카카오 599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 주가를 떠받치는 개인 투자자들의 믿음은 점점 흔들리는 모습이다. 급락의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두 회사의 각종 종목 토론실에는 높은 가격에 물린 투자자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네이버 평단 38층에 사람 있다. 꾸준히 물탔는데도 아직 한참 남았다', '이젠 물탈 돈도 없고 손절하기에는 내게 너무 큰 금액이다. 버티는 수밖에 없나', '네이버는 다른 것은 다 알면서 왜 언제 반등할지만 안 알려주냐', '탈출하는 날에는 절대 카카오 거들떠도 안 볼 것' '더 떨어질 것 같아서 30% 손실보고 손절했다' 등 의견을 올렸다. 증권가 전문가들도 반등 시기를 쉽사리 점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수익비율 멀티플(배수)은 해외 인터넷 기업 대비 상당히 높다. 이는 두 회사의 주요 사업부 고성장세가 꺾일 경우 멀티플이 글로벌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대표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최근 6개월 사이 24% 넘게 급락했다.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성장주 지위를 인정 받으며 주가 랠리를 펼쳐온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가치주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아직 성장주와 가치주의 기로에 서 있지 않느냐"며 "주요 사업부들의 성장세가 재확인되기 전까지는 국내 빅테크들의 주가 횡보 구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등 시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향후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인될 경우 수급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할 텐데 이 때 어떤 종목들의 반등 강도가 셀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보다는 실적 기반의 대형주의 반등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S&P500 지수가 현 수준 대비 15~20%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도 밝혔다.21일 CNBC에 따르면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은 50 대 50”이라며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S&P500은 15~20% 하락한 약 3000선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S&P500지수는 3674.84를 기록했다. 윌슨 전략가가 예상한 3000선은 이 가격보다 18.3% 낮다. 경기침체를 가정하면 아직 주가가 저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이번 예상은 윌슨 전략가가 1주일 전에 내놨던 전망보다 부정적이다. 당시 그는 오는 8월 중하순쯤 S&P500 지수가 34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난달 초에는 S&P500지수가 3800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지수 전망치를 낮추는 모양새다.윌슨 전략가는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모건스탠리의 기본 예상은 경기침체가 아니다”면서도 “다만 내년엔 경기침체 확률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기까지 3~4개월간은 시장이 저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윌슨은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건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기업들의 예상 실적이 부풀려져 있다고 봤다. 그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지금은 주기적인 약세장이지만 결국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미국 상위 1% 부자들이 올 1분기 주식으로 1조5000억달러어치(약 1943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기 전에 입은 피해다.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1분기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총 자산은 44조9000억달러(약 5경8145조원)로 직전 동기 대비 7010억달러(약 908조원) 줄었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지만 주식 투자에 따른 손실(1조5000억달러)이 더 컸다. 블룸버그는 "2020년 초 이후 첫 자산 감소"라면서 "지난 2년간 총 자산이 11억달러 이상 증가했던 흐름이 갑작스레 끝났다"고 했다.이에 따라 상위 1% 부유층의 자산이 전체 미국인의 자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올 초 32.2%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31.8%로 0.4%포인트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자산 합계는 하위 90%가 보유한 자산(43조5000억달러)보다 1조4000조달러 많다. 상위 1% 미국인과 하위 90% 미국인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지난 3월 이후 뉴욕증시가 무너져내리면서 상위 1% 부자들의 자산 충격도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기준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3월 31일 대비 각각 19%, 24% 급락했다. 1분기 하락폭 보다 가파르다. S&P500지수는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약세장(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에 진입했다.미국 재무설계업체 번영의 부 전략의 니콜 고포이언 위릭 회장은 "아무도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20% 이상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부유한 고객들은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상당한 손실을 입었지만 1% 부호들이 느끼는 실제 타격감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의 타라 톰슨 포퍼닉 이사는 "부유한 고객들은 이미 충분한 자산을 비축했기 때문에 지출을 줄일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들이 (지출) 계획을 바꾸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