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노하우 부족으로 원자로 건설에 애를 먹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자 서방은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공백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원자로 건설 사업이 장기간 지체되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가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에 건설 중인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의 완공 시점은 10년 이상 늦춰졌다. 원래 완공 목표 시기는 2012년이었지만, 경수로 냉각시스템 등에서 용접 등 불량이 100개 이상 발견됐다. 불량을 수정하기 위해 용접공뿐 아니라 로봇까지 동원되고 있다.

미국에서 30여 년 만에 건설되는 조지아주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완공 예상 시점이 늦춰졌을 뿐 아니라 수십억달러의 추가 예산까지 들어갈 전망이다. 2010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용접 문제 발생으로 원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구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노하우와 기술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원자로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서구에서는 수십 년 동안 원자로 건설이 중단됐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이어지면서 반핵 정서는 더욱 강해졌다. 장기간 원자로 건설 경험을 하지 못하면서 용접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육성하지 못하게 됐다. 작업이 가능한 전문가들은 사망했거나 은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전문 기술자 수천 명을 교육하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영국과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은 신규 원자로 건설 등 원자력발전 확대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서구에서는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