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 카운티에서 2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브룩스 반스 씨는 3000에이커(1에이커=약 4047㎡)의 땅을 경작한다. 그러나 올해 콩을 심은 땅에선 싹이 나지 않았다. ‘가물에 콩 나듯’이란 속담이 나올 만큼 콩은 날씨에 민감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한 달째 비 소식이 없다.
美·브라질 가뭄에 콩값 '22년 만에 최고'…中봉쇄 해제로 더 뛴다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는 콩 파종 시기를 놓친 농부가 많다. 지난달 토네이도가 오면서 집과 농기계들이 망가졌고 땅은 물러졌다. 사우스다코타 농장국장인 스콧 밴더월은 “농부들은 작물 심는 걸 포기하고 농작물 재해보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쌀, 보리,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5대 식량작물로 불리는 콩 선물 가격이 올 들어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주산국인 브라질과 미국에 이상기후가 덮쳐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작황 우려

지난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콩 7월물은 부셸(약 25.4㎏)당 17.69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9월 미국 가뭄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가(17.71달러)에 근접했다. 올 들어 23일까지 평균 가격은 부셸당 16.20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전년(13.75달러) 대비 18% 올랐다.

공급 차질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콩 생산 세계 1위 국가는 브라질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의 2022년산(2021년 10월~2022년 9월) 콩 생산량은 1억2500만MT(메트릭톤)으로 전망된다. 전년(138만MT)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세계 생산량의 36%, 수출의 53%를 차지한다. 생산 및 수출 2위인 미국의 2022년산 콩 생산량은 1억2071만MT(생산 점유율 35%)으로 추산된다.

두 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에선 마투그로수, 파라나, 히우그란지두술 등 주요 콩 재배지인 남부 지역이 라니냐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가뭄과 폭염, 홍수, 토네이도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 밀워키 등 일부 지역은 기온이 이미 42도를 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미국의 콩 경작 면적이 USDA가 발표한 9100만 에이커보다 적은 8873만5000에이커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봉쇄 푸는 중국 수요 크게 늘 것”

콩은 식량 외에 대두유(콩기름)와 사료, 바이오연료 원료로 사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바라기씨유와 바이오에너지 연료 대체재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세계 1위 콩 수입국인 중국이 봉쇄를 풀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은 콩 수입 의존도가 80%를 웃돈다. 지난해 전체 소비량 1억2000만MT 중 약 1억MT이 외국산이다. 다만 올 상반기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콩 수입도 줄었다. 브라질 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에 수출한 콩이 2874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0만t) 대비 28% 감소했다.

중국 수요는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KOTRA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콩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중국 콩의 평균 도매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에서 콩 수입을 늘리는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콩으로 만드는 대두유도 식용유와 바이오연료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유럽연합(EU)의 대두유 수입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씨유 수출이 막힌 반사효과다.

USDA는 전 세계에서 2022년 10월~2023년 9월 대두유 120억 파운드가 바이오연료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107억 파운드) 대비 12% 늘어난 수치다. 미국 대두유 선물 가격은 4월 파운드당 90.6센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KOTRA는 “인플레이션으로 비료값과 인건비 등 콩 생산 비용까지 늘어난 상황”이라며 “한국은 콩 자급률이 6.6% 수준으로, 주요 생산국 사정에 따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