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해 연안국들이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러시아 역외 영토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가로막은 데 이어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헬기가 허가 없이 영공을 비행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틱 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외무부는 이날 블라디미르 리파예프 주에스토니아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지난 18일 러시아 헬기가 에스토니아 남동쪽 영공을 허가 없이 비행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에스토니아 측은 “(러시아의 영공 침범은) 추가적인 긴장을 일으키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지난 10일에도 러시아 대사를 소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 제3의 도시 나르바(18세기 당시 스웨덴령)를 점령했던 표트르 대제를 찬양한 발언에 대해 따져 물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으로 묶이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반러 정서가 강하다. 이들 국가는 1940년 소련에 강제 합병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돼 있다.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18일부터 석탄, 철강 등을 실은 화물 열차가 자국을 경유해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것을 제한하면서다. 리투아니아는 EU의 대러 제재를 따르기 위해 규제 품목이 러시아 영토로 운송되는 것을 막았다는 입장이다.

CNN은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칼리닌그라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음 번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