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특위 4차 청문회…압력 맞선 공무원은 생명 위협 느껴
"트럼프, 대선 불복후 '선거인단 바꿔치기' 압박" 생생 증언
"삽으로 바다를 비우려는 것 같았다", "두 달간 홈리스처럼 숨어 지냈다"
2020년 미국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벌인 지난해 1·6 연방의사당 폭동의 진상 규명을 위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의 4차 공개 청문회가 21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 청문회의 초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경합주의 고위 당국자와 의원들을 대상으로 어떤 압력을 얼마나 집요하게 행사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심지어 공화당 소속 인사들조차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근거가 없어 이를 막기 위해 맞섰다고 말하면서, 이 과정에서 트럼프 측과 지지자들로부터 각종 폭언과 위협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공화당 소속인 러스티 바우어스 애리조나주 하원 의장은 대선 후 어느 일요일 예배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다.

애리조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 의회가 나서서 친트럼프 선거인단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바우어스 의장은 트럼프 측이 부정선거 증거를 결코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많은 이론이 있지만 증거는 없다"고 말한 트럼프 측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바우어스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줄리아니에게 "나는 장기판의 졸(卒)처럼 이용되고 싶지 않다"고도 저항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커틀러 펜실베이니아주 하원 의장도 줄리아니로부터 선거인단 교체에 대한 전화를 받았고 이를 거절했음에도 요구 전화는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선 불복후 '선거인단 바꿔치기' 압박" 생생 증언
1·6특위는 선거인단 바꿔치기를 시도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가짜 선거인단까지 실제 준비했던 주가 7곳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또 공화당 소속 론 존슨 상원 의원의 보좌관이 미시간과 위스콘신의 가짜 선거인단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전달할 방법을 묻기 위해 펜스 보좌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거절당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던 중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막판 역전에 성공해 박빙으로 이긴 조지아주의 국무장관을 상대로 한 집요하고 전방위적인 압박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브래드 래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을 수 있는 "1만1천780표를 찾아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지아는 세 번이나 확인한 끝에 바이든 대통령이 1만1천779표 차로 이긴 곳이다.

래펜스버거 장관은 모든 의혹을 조사했지만 잘못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부정직하거나 무능하다고 몰아붙였다.

래펜스버거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에 맞서는 것은 "바다를 비우기 위해 삽질하는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맞선 주 당국자들이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도 생생하게 소개됐다.

조슬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어느 날 밤 아이를 침대에 눕히던 중 집 바깥에서 시위대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증언했다.

벤슨 장관은 시위대가 총을 가졌을지, 집을 공격할지 걱정했다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미시간주 상원 원내대표인 마이크 셔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좌표찍기'를 한 뒤 4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커틀러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장 역시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바람에 15살 난 아들이 홀로 집에 있을 때 시위대가 집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바우어스 애리조나주 하원 의장은 집 앞의 확성기, 총을 든 남자 이야기와 함께 중병을 앓는 딸을 언급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개브 스털링 조지아주 국무부 부장관은 "죽음의 위협, 물리적 위협, 협박. 이것은 너무 지나쳤다.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선 불복후 '선거인단 바꿔치기' 압박" 생생 증언
조지아주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정선거 공모자로 비난을 받은 한 모녀의 증언도 소개됐다.

이 딸은 선거 이후 무력함을 느꼈고, 몸무게가 60파운드(약 27㎏) 늘었다면서 "아무도 내 이름을 알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명함 주는 것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 딸의 엄마 역시 연방수사국(FBI)이 집에 있으면 안전하지 않다고 알려준 뒤 두 달간 숨어 지내며 '홈리스'(Homeless)처럼 느꼈다며 "트럼프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나와 내 딸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안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