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뒤 뒤늦게 바로 잡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해안에서 기자들에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통화했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인물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2년 동안 7.5%가 넘는 실업률을 겪거나 5년 동안 5%가 넘는 실업률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년간 3% 안팎의 실업률을 보일 것이라는 Fed의 전망과 차이가 크다.

그는 전날 NBC방송에 출연해서도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을 비롯한 대다수 투자은행(IB)도 미국 경제가 올해 말이나 내년 말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조하고 있다. 심지어 뉴욕연방은행도 지난 17일 올해와 내년에 미국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Fed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날 옐런 장관은 ABC방송에 출연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플레이션 완화 대책으로 유류세 한시 면제 카드를 내놨다. 그는 “유류세 한시적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유류세 면제를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연방정부의 유류세가 갤런(약 3.8L)당 18.4센트(약 237원)에 불과해 기름값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