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오라클 본사 전경. 사진=EPA
실리콘밸리의 오라클 본사 전경. 사진=EPA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투자업계에선 기술주가 부진하는 약세장 속에서도 오라클이 매력적 종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틱톡은 “틱톡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 전부를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버니지아주와 싱가포르의 자체 데이터 센터에 저장해놨던 기존 데이터는 이전 작업을 마치는 대로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이 불거지던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틱톡의 미국 자산을 바이트댄스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틱톡은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미국 업체인 오라클로 데이터를 이전하는 방안을 택했다.


틱톡을 고객사로 두게 되면서 오라클에 대한 투자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19일 투자정보매체 배런스는 “소프트웨어 주식이 기피되는 상황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오라클을 조명했다. 이날 CNBC도 주목해야 할 종목 5개 중 하나로 오라클을 소개했다. 오라클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지난 17일 67.72달러를 기록했다. 연초(1월 3일) 대비 2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하락률(23%)과 비슷하다.

배런스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에 주목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2022회계연도 4분기(지난 3~5월) 29억달러(약 3조7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이 분기 전체 매출은 118억4000만달러(약 15조3000억원)로 시장 추정치(116억6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오라클은 올 6~8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회계연도 전반으로는 30% 이상 성장을 예상 중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라클에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래드 젤닉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고객사와의 계약에 인플레이션이 반영이 되도록 해놨다”며 “오라클 소프트웨어로의 전환비용 자체가 비싸다보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저항감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젤닉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에 목표주가 110달러를 제시했다. 지금 주가와 비교하면 62% 상승 여력이 있다.

주가 하락과 호실적이 겹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오라클의 12개월 선행 PER은 13배에 불과하다. 클라우드 업계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23배), 아마존(59배)보다 저평가를 받고 있다. 1.89%의 배당수익률도 성장주로선 적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 투자업체인 모네스크레스피하트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수년간 클라우드 사업 기반을 다지면서 오라클은 ‘견고한 장기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