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에 맞서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석탄 사용량을 줄이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깨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새로운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로버트 하벡 경제장관은 "석탄 사용에 대한 법률은 다음달 8일 독일 연방상원에서 승인될 예정"이라며 "이 조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지속가능한 대안이 마련됐을 것으로 기대되는 2024년 3월 31일에 만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최근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60%로 줄인 후 마련됐다. 유럽 전역이 에너지 대란 공포감에 휩싸이자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긴급 대책을 세운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가스 사용량의 3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하벡 장관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해 "우리를 흔들고 (가스) 가격을 올려 분열시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이라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를 단호히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목표는 오는 12월까지 가스 저장시설의 90%를 채워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장률은 56%에 불과하다. 전력과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독일 정부가 석탄으로 눈을 돌린 배경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연립 여당은 2030년까지 석탄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이 독일의 탄소 감축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석탄은 독일이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독일의 노력은 더욱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벡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석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가스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가스 저장소는 겨울까지 꽉 차야 하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