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장 한달에 22억 버는데, 日 사장은…"차이 많이 나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미국 기업의 사장이 일본 기업 사장보다 보수를 15배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를 주가에 연동시키는 기업의 비율이 미국은 일본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지배구조 자문회사 HR거버넌스리더스가 S&P500지수, 토픽스500지수 등 주요국 대표 지수를 구성하는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100곳의 사장과 CEO 연간 보수를 조사한 결과다.

2021년 일본의 사장과 CEO가 1년 동안 받은 보수의 중간값은 1억8000만엔(약 17억2840만원)인데 비해 미국은 27억1000만엔으로 15배 더 많았다. 미국 기업의 사장이 한달에 22억원을 받을 때 일본의 사장은 1억4000만원을 수령한 셈이다.

2020년 10배였던 미일 사장의 보수 격차가 1년새 5배 더 벌어졌다. 일본 사장의 보수가 1억8000만엔으로 변화가 없었던 반면 미국은 44%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최고경영자의 연간 보수도 4억6000만엔으로 70% 늘었다.

일본 기업의 최고경영자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성과보수 비중이 낮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경영실적 등에 따라 사장의 보수가 변하는 성과보수를 채택한 일본 기업은 50%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94%, 영국은 73%가 성과보수제였다. 미국과 유럽 기업은 대부분 주주총이익(TS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성과 평가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CEO에게 3500만달러(약 453억원)를 지급했다. 1년 전보다 500만달러 늘었다. 2021년 모건스탠리의 순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힘입어 주가가 연초보다 43% 오른 점을 반영했다.

미국 최고경영자의 보수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인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의견을 표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표결 결과 반대표가 17억표로 찬성표 9억표를 2배 가까이 웃돌았다.

지난해 취임한 팻 겔싱어 CEO의 보수총액이 1억7859억달러에 달한데 대해 주주들이 반감을 나타낸 것이다. JP모간체이스 등 다른 대기업의 세이 온 페이에서도 임원보수에 대한 반대표가 늘고 있다.

세이온페이는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CEO와 종업원의 보수차가 1000배까지 벌어진 사례가 나오면서 고액보수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우치가사키 시게루 HR거버넌스리더스 사장은 "CEO 보수를 결정할 때 자본시장의 평가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전략을 납득할 수 있도록 비재무지표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