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기대줄 수 있다"…美, 당시에도 '러 느리지만 진전' 판단
美 행정부 일부 '영토 양보 절대 불가' 젤렌스키 강경론에 우려
"오스틴 '美, 우크라 승리 원해' 발언때 바이든, 수위조절 요구"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방문 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하면서 발언 수위 조절을 요구했다고 미국 N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현재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등 서방 국가 내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두 장관은 지난 4월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어 이들은 인접 국가인 폴란드로 나와 기자회견을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이기려는 마음가짐이 있고 우리도 그들이 이기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앞으로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두 장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패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런 발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나갔다'고 봤다고 NBC 방송이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장관의 발언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들 수 있고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부딪히는 상황으로 갈 위험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과 오스틴이 말한 것에 대해 언짢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장관은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며 추가적인 '질책'은 없었다고 다른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오스틴 '美, 우크라 승리 원해' 발언때 바이든, 수위조절 요구"
바이든 대통령의 당시 이런 반응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군의 예상밖 선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느리지만 조금씩 진전하는 현재와 같은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될 수 있다는 바이든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오스틴 장관과 지난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전황에 대해 "규모를 볼 때 러시아가 유리한 게 명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전세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점차적으로 우려하고 있고, 종전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24일 개전 이래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모두 56억 달러(7조2천억원)의 군사 지원을 했다.

다만 미국은 종전 협상과 관련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