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아우르는 지역)의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 중심부에서 퇴각했다. 이번 전쟁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동부 전투가 사실상 러시아의 승리로 기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로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14일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세베로도네츠크와 외부를 잇는 마지막 다리가 파괴됐다”며 “군수품과 비축물자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도 전날 SNS에 “우리 군대가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도시 중심부에서 밀려났다”고 밝혔다. BBC 등 서방 매체들은 세베로도네츠크의 80%가량이 러시아군 수중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세베로도네츠크가 속한 루한스크주의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도 “우리 군대가 러시아군에 의해 중심부에서 밀려나 주민들이 고립무원 상태에 놓였다”며 “하지만 러시아군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열세 속에서도 지역 일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세베로도네츠크는 군의 보급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세베로도네츠크가 완전히 함락되면 러시아군이 사실상 루한스크주 전역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을 필사적으로 방어한 이유다.

열세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주에서 영토 수복을 시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동영상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 수복 의지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얄타, 수다크, 잔코이 등 크림반도 도시들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게 할 것”이라며 “반드시 크림반도를 해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크림반도 탈환을 명시적인 전쟁 목표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