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법무장관 "선거 사기는 허튼소리였지만 트럼프는 외면"
트럼프 "청문회, 정의에 대한 조롱이자 '인민 재판'" 폄하
美 1·6 청문회…"트럼프, 대선사기 아니라 해도 안 듣더라"(종합2보)
"대선 사기 주장은 미친 짓이고 허튼 소리다.

선거 전에는 트럼프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됐지만, 선거 후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열린 미 하원 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청문회에서 참모들은 선거 사기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했지만 무시당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사기를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바 대선 당시 법무장관은 이달 초 조사 인터뷰를 한 뒤 공개된 영상에서 "대선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선거 사기 주장을 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사기 주장을 "허튼소리", "미친 짓"이라고 지적하고 "그(트럼프)가 이것을 진짜 믿었다면 현실에서부터 괴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트럼프)는 실제 사실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바 전 장관은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복'으로 통했으나 대선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미움을 사면서 2020년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후 전격 경질됐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투표기가 선거를 훔치기 위해 설계된 해킹된 투표 기계라는 보고서를 내게 건네줬다"며 "매우 어설프고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전에는 트럼프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됐지만, 선거 후 그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가 사기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美 1·6 청문회…"트럼프, 대선사기 아니라 해도 안 듣더라"(종합2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선거캠페인 매니저였던 빌 스테피언도 선거 당일 저녁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만류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테피언은 "그 같은 선언을 하기에는 매우 일렀다"며 "개표가 진행 중이었고 어떤 선언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가 아직 집계되지 않아 어떤 선언도 너무 이르다고 조언했지만, 줄리아니(트럼프의 고문변호사)는 트럼프에게 빨리 승리를 선언하라고 재촉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선거에 매우 자부심이 있었고 우리가 유리하다고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스테피언은 이날 직접 증언에 나서 대선 당시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정황을 상세히 증언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으나, 이날 아침 갑작스레 부인의 출산을 이유로 출석하지는 않았다.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제이슨 밀러 역시 녹취에서 "확실하게 표를 확보하기까지 승리를 선언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고, 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약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리즈 체니(공화)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선거가 합법적이지 않다', 그의 말을 쓰자면 '중대한 사기'라고 거짓되게 말했다"며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그를 믿었다"고 말했다.

美 1·6 청문회…"트럼프, 대선사기 아니라 해도 안 듣더라"(종합2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과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증언도 공개됐다.

이방카는 대선 당일 저녁 상황과 관련, "관저에서 행사가 예정돼 있었고 몇몇 가족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

(당시에) 승부가 선거일에 결판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명확해지고 있었다"며 승리 선언은 섣부른 결정이었음을 뒷받침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사장으로 재임하다 돌연 사임한 한국계 박병진(미국명 BJay Pak) 전 검사장도 증언대에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이후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승리를 입증할 표를 찾아내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당시 박 전 검사장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검사장은 줄리아니가 제기한 사기 주장 중 하나인 '투표용지로 가득한 여행가방'을 조사했으며 이는 공식적인 투표함이었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줄리아니의 주장은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 14일 선거인단의 투표 이후에도 '대선 사기' 소송을 이어가는 이유를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美 1·6 청문회…"트럼프, 대선사기 아니라 해도 안 듣더라"(종합2보)
조 로프그렌(민주) 의원은 "소송이 없다면 선거를 방어하기 위한 싸움도 없고 수백만 달러를 계속 모으기 위한 방법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그(선거사기)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도들이 의회 의사당을 공격하는 순간까지 이를 계속해서 퍼뜨렸다"고 비판했다.

베니 톰슨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의 믿음을 배신했고 다수가 그를 퇴출하려고 투표했음에도 자리를 지키려고 시도했다"고 규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의원 주도의 청문회에 대해 "정의에 대한 조롱"이라며 "미국인들이 겪은 큰 고통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려고 하는 '인민 재판(Kangaroo Court)'이라고"고 깎아내렸다.

이어 "진실은 1월 6일 대규모의 미국인들이 선거 기간 명백한 범죄 활동에 대해 그들이 선출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워싱턴DC에 몰려나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차 청문회는 15일 열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압력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