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타깃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을 포함한 MSCI세계소매지수가 올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으면서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후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소매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약 29%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인 MSCI세계정보기술지수의 하락폭(-24%) 보다 컸다.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 세계소매지수는 2008년 이후 처음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하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08년 세계소매지수는 전년 대비 약 37% 떨어졌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소매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인건비 등 유통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구르벤처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앨러스데어 맥키넌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소득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놀래켰다"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시작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타깃은 지난달 18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당시 타깃 주가는 하루 만에 25%가량 폭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타깃은 3주 뒤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을 기존 5.3%에서 2%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든 유통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나서고 할인매장은 수혜를 입기 때문이다.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달러트리와 달러제너럴은 올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도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두는 등 소비 양극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내렸지만 저렴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세계소매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MSCI세계지수의 PER보다 높다"면서 "아마존 잘란도 등 고평가된 이커머스 기업들 때문"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