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역대 미 중앙은행(Fed) 수장의 키와 금리 수준을 비교하면 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살인적인 고금리 정책을 편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2m가 넘는 거구였습니다. 이에 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재닛 옐런 전 의장의 키는 평균에 못 미쳤습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파월 Fed 의장은 어떨까요. 파월 의장의 키는 1980년대 이후 Fed 의장 중 볼커 전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큽니다. 키로만 보자면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가 볼커 의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공교롭게 맞아 떨어졌겠지만 Fed 의장의 키와 금리 관계가 다시 한 번 적중할 지 오는 14~15일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봐야겠습니다.

파월 의장이 진짜 75bp(1bp=0.01%포인트) 인상을 뜻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지, 최소한 75bp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을 지가 가장 큰 관전포인트입니다.

이어 분기말 FOMC 때마다 나오는 점도표(Fed 인사들의 금리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것)에서 올해말 금리 수준이 3%에 육박하느냐 여부도 관심사항입니다. 고강도 긴축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영국(16일)과 스위스(16일), 일본(17일) 등도 어느 정도의 속도로 긴축을 할 지 여부도 이번주 각국의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키와 지지율의 관계는 어떨까요. 180cm가 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악의 지지율을기록 중입니다. 갤런당 5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뚫은 기름값을 잡아 지지율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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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스텝'이 테이블 위에 오르나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그야말로 '물가 쇼크'였습니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6% 오른 것으로 나오면서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한가닥 희망이었던 '물가 정점론'이 허물어졌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Fed가 6월과 7월에 50bp씩 질서있게 금리를 올리고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간 옛노래가 돼버렸습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6월에 바로 75bp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여전히 소수설이긴 하지만 바클레이스와 제프리스, 그리고 캐피털이코노믹스가 6월 자이언트 스텝을 주장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6월엔 아니더라도 향후 75bp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쿼드러플 빅스텝' 가능성 커져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5월 'CPI 쇼크'가 터지기 전만 해도 관심은 9월 FOMC였습니다. 6월과 7월에 50bp 올리고 9월엔 25bp만 올리거나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이 얘기를 처음했다가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이 주워담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옐런 재무장관도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고 예고편을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결국 9월에도 금리를 50bp 이상 올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0월과 12월 FOMC에서 최소 1회만 25bp 올린다 하더라도 기준금리는 2.5%가 훌쩍 넘게 됩니다. 물가가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말 기준금리는 3%에 육박하게 됩니다.

Fed 인사들의 금리전망도 이런 시나리오를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FOMC에서 나오는 점도표에서 올해 기준금리 중간값은 중립금리 수준인 2.5% 안팎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3월 FOMC에선 중간값이 1.9%였는데 3% 가까이 오를 수 있는 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경기하강과 경기침체 중 무엇이 맞나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경기침체 국면이냐를 판단하는 근거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급등입니다. 그런데 Fed는 미국은 이 두가지 상황을 겪지 않고 금리인상 국면을 지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장률이 다소 떨어지는 경기하강이나 경기후퇴는 있을 수 있어도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그래도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정도입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Fed는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미국 경기 위축의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습니다. 경기 연착륙론의 근거는 탄탄한 노동시장과 견조한 소비입니다. 노동 수요가 많아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고 인플레이션이라 심하더라도 소비가 확 줄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보다 소비가 더 약한 고리입니다. 노동시장은 빡빡해 단기간 내 실업률이 오르지 않겠지만 소비는 벌써부터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Fed 의장의 키가 클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진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타깃 같은 유통업체들의 재고가 늘고 6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의 선행지표인 소매판매는 어떨까요. 일단 생산자들이 유통채널에 파는 규모입니다. 소매판매가 떨어지면 소비는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매판매는 늘어도 소비가 준다면 재고가 쌓이고 다시 소매판매는 감소하게 됩니다.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5월)는 FOMC 정례회의가 있는 15일 오전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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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기침체 신호 중 하나인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여부도 유심히 봐야 합니다.

요컨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속도 그리고 경기침체의 관계를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정말 Fed 수장의 키와 긴축 강도의 비례관계가 이번에 맞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키가 파월 의장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어떻게 될까요.

기름값은 바이든의 외교정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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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휘발유 소매가격이 갤런(약 3.8L)당 5달러가 넘어섰습니다. 1년 간 50% 이상 올랐습니다. 당연히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서인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처럼 기름값 상승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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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왕성하게 하는 활동은 거대 오일 메이저를 비판하는 '남 탓'입니다. 정유회사를 향해 "그만 돈 벌고 기름을 증산하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일엔 "올해 엑손모빌이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쏴붙이기도 했습니다.

정작 해야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높은 도덕성과 친환경 정책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 있습니다. 그동안 고고한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고강도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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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곧 발표하겠지만 다음달 바이든이 사우디를 방문하면 사우디가 추가 증산에 응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우디는 바이든의 방문 만으로 그토록 원하던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의 책임이 없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우디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이란과 핵합의를 이끌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바이든이 명분대신 실리를 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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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대내적으로도 두 가지의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2008년부터 시작된 '키스톤 송유관' 사업의 부활입니다.

세계 2위 원유 매장국인 캐나다에서 흑 속에 포함된 석유인 '오일샌드'를 가져오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 송유관이 미국 대평원 북부를 지난다는 이유로 원주민과 농부 등의 반대에 부닥쳤습니다.

바이든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대선 기간에 이 사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 뒤 지난해 6월 이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석유 대체자원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설 추진 중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개 명령, 바이든의 중단 결정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한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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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3의 오일쇼크급의 위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업을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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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입니다. 미국의 유류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습니다. 연방 세금이 갤런당 18.4센트이고 주마다 부과하는 세금이 8.94~57.6센트로 다양합니다.

연방 세금을 합한 유류세가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갤런당 76센트)나 캘리포니아주(75센트)도 원달러 환율을 감안해 L당 세금으로 바꾸면 L당 250원 정도입니다. 한국은 L당 820원인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573원으로 내렸습니다.

상당수의 나라가 유류세를 인하하는데 미국도 그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연방 세금 비율이 갤런당 18.4센트로 주별 세금에 비해 너무 낮아 연방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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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중간 선거 전에 반드시 기름값을 잡아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지가 관건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