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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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부족과 이에 따른 ‘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이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식량 공급망이 무너진 와중에 폭염 가뭄 등 이상 기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억 명이 넘는 세계 인구가 기아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달 말 밀을 시작으로 8월 해바라기씨 등 주요 작물의 수확기를 맞는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제대로 수확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주요 농산물인 밀과 옥수수의 올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35%, 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를 장악한 탓에 수확한 곡물의 수출도 막혔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은 90% 이상이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된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이 각각 세계 5위(8%), 3위(13%)인 곡물 대국이다.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은 세계 47%를 차지하는 1위다. 코로나19, 중국 봉쇄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해 가뜩이나 곡물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5개월 넘게 낮은 이상 현상인 라니냐도 복병으로 떠올랐다. 통상 가을께 시작돼 봄에는 약해지는 라니냐가 올해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미국과 아르헨티나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1년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12억156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부 옥수수 산지인 ‘콘벨트’의 폭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수확량이 약 10% 줄어 세계 밀 생산량도 4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곡물 부족 사태는 2011년 ‘아랍의 봄’과 2007~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식량시장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발생했다”며 “기아 인구가 지난해 2억7600만 명에서 올해 3억2300만 명으로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