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전 세계 닭고기 소비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세계 인구가 먹을 닭고기 양은 23년 전보다 두 배 많은 1억t에 육박할 전망이다. 닭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게 강점이다. 2030년에는 세계 육류 소비에서 가금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닭고기 소비 급증…올 1억t 먹을 듯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세계 닭고기 소비량이 9800만t을 기록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3년 전인 1999년 소비량의 두 배 수준이다.

이 같은 닭고기 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돼지고기의 3배, 소고기의 10배다. 데이터업체 스타티스타는 세계의 연간 닭고기 생산량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억t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43만t이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30여 년 동안 세계에서 한 사람이 섭취하는 육류의 양 기준으로 유일하게 증가 추세를 유지하는 게 닭고기다. 1995년 기준으로 세계인이 1인당 연간 섭취하는 가금류 고기 양은 8.36㎏이었다. 이 중 대부분이 닭고기다. 같은 해 돼지고기(10.64㎏)보다 적었고 소고기(6.84㎏)보다는 많았다. 2008년 처음으로 1인당 연간 가금류 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를 앞질렀다. 이후 소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2020년 글로벌 가금류 고기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4.88㎏으로 늘었고 돼지고기는 10.68㎏, 소고기는 6.39㎏이었다. OECD와 FAO는 2030년까지 세계 육류 소비에서 가금류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닭고기의 인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매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에 비해 닭고기의 무게당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닭고기 가격(통닭 기준)은 파운드(약 453.59g)당 1.79달러였다.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파운드당 4달러 이상, 스테이크를 제외한 소고기는 6~7달러대였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소비자들의 선택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떠나 닭고기로 대거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값 역시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닭고기 가격 역시 올랐지만, 여전히 다른 육류에 비해서는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이 올해 역사상 가장 많은 닭고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닭고기의 인기는 장기 추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육류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알에서 부화해 병아리가 된 지 6주 안에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닭은 빠르게 성장한다. 세계 농축산업 연구자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닭을 더 크게 키우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 식품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프로테라아시아의 타이린 전무는 “닭고기 생산비용이 최근 30년 동안 3분의 1로 급감했다”며 “가장 경제적인 육류”라고 말했다.

다만 식량자원으로서의 닭고기 가치가 커지면서 각국이 식량 보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6월 1일부터 월 360만 마리에 이르는 닭고기 수출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닭고기 수요의 3분의 1을 말레이시아에서 공급받아온 싱가포르의 타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와 육로 국경이 이어진 싱가포르는 살아 있는 닭을 주로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와 직접 도축해 사용했다. 브루나이와 홍콩, 일본 등도 말레이시아산 닭고기 수입국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