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전쟁 포로가 된 영국인 2명과 모로코인 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DPR이 법정에 외국인을 세운 건 처음이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DPR 최고법원 재판부는 영국인 숀 핀너와 에이든 애슬린, 모로코인 사아우둔 브라힘에게 용병행위, 정권 찬탈 및 헌정질서 전복 활동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든 증거를 분석한 결과 3명의 죄가 입증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매체인 리아노보스티는 DPR 법률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면 피고인들은 총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DPR 최고법원은 피고인들이 ‘용병’으로서 러시아군에 테러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군 소속 정규군으로 편입돼 전투를 수행했다. 영국인 애슬린은 2018년 우크라이나 해병대 36여단에 입대해 4년간 복무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 정착한 핀너는 애슬린과 같은 36여단 소속 정규군이다. 모로코인 브라힘은 우크라이나에 유학을 왔다가 2021년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에 따르면 DPR 법원은 피고인들을 처벌할 수 없다. 1949년 제네바 협약, 1977년 1차 추가의정서 등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는 협약에 따라 피고인들은 ‘전쟁 포로’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포로는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교전 행위로 기소될 수 없다. DPR의 법원이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국가 여론이 들끓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그들은 전쟁 포로다. 이것은 전혀 정당성이 없는 엉터리 판결”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국제 여론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서방국가의 제재가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국 국무부 안보 특사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이 전쟁 전보다 늘었느냐”는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매수해 제재 효과를 상쇄했다. 원자재 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달 하루 평균 84만 배럴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