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캐나다 초계기에 근접…"중국 견제 동참한 미 동맹 도발"
남중국해 '회색지대 전술'…"영유권 주장 키우고 반발 누를 심산"
"中전투기 도넘은 위협…美동맹 약한고리 건들며 '치킨게임'"(종합)
최근 중국 전투기가 인도·태평양 공역에서 활동하는 미국 동맹의 군용기를 위협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더 큰 분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활동하던 호주 초계기에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비행했다.

캐나다도 중국 전투기가 지난달 인도·태평양 공역에서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캐나다 공군 초계기에 수십 차례 접근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국가들이 국제 공역과 해역에 항공기와 함정을 보내 군사훈련을 하고 경쟁국 감시 임무 등을 수행하면서 이들 간 접촉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자국 인근에 출현한 항공기나 함정이 떠날 때까지 밀착 추격하고 경고 통신을 발신하는 것은 여러 국가의 표준화된 대응이다.

그러나 호주와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 조종사들의 행동이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중국 전투기가 호주 초계기를 가로지른 뒤 채프(chaff·상대 레이더에 혼란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쇳가루)를 뿌려 일부가 초계기 엔진으로 들어갔다면서 "분명,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아시아연구소(GAI)의 피터 레이턴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행보가 '회색지대 전술'을 위험할 정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서 자국 어선을 대량으로 들여보내거나 산호초를 군사 기지화하는 등 영향력을 굳히는 전술을 펴왔는데 이를 역내 상공에서 활동하는 미국 동맹에까지 확장해 적용한다는 것이다.

"中전투기 도넘은 위협…美동맹 약한고리 건들며 '치킨게임'"(종합)
중국 정부는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군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가까운 동맹을 압박해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결집한 태평양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시사 평론가 송중핑은 NYT에 "호주 군용기는 중국을 위협·억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조율하며 근접 정찰을 위해 중국 문전까지 수천 ㎞를 비행했다"면서 "호주는 호주가 미군이 아니며 중국과 군사 분쟁이나 사고로 인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제방위 선임연구원 티모시 히스는 "캐나다와 호주 같은 미국 동맹을 겨냥하는 것은 이런 연합의 약점을 조사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면서 "또 이들 국가의 국민에게 중국에 대항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이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장선으로 역내 미국 영향력을 약화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장기적인 포석도 깔려있다.

레이턴은 "중국은 외국 군용기가 점차 남중국해에서 밀려 나가길 바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 지역에서) 중국 활동이 덜 저지받게 되고 다른 국가도 점차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최소 묵인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조종사를 치킨게임에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는 중국이 미국과 직접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보다 그 동맹을 상대하는 것을 덜 위험하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서방이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전쟁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 게임에서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확대 해석을 지양하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당국 지시가 아닌 일방적으로 움직였다는 추측이다.

전문가들은 조종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치명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제 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런 사고는 이미 긴장 상태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존 블랙스랜드 호주국립대 안보·정보학 교수는 "사고가 하루 신문 헤드라인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국제 여파가 오래가는 대형 사건이 되느냐를 찰나의 순간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1년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 해군 정찰기가 충돌해 외교 문제로 비화한 사례가 있다.

당시 중국 조종사가 사망하고 미군 정찰기는 중국 하이난섬에 비상착륙 했는데 중국은 미국 정부가 사과 서한을 보낼 때까지 정찰기 승무원들을 11일간 붙잡아뒀다.

중국은 조종사 왕웨이를 영웅으로 추대했으며 선전매체는 그가 숨진 4월 1일을 지금까지도 기념한다.

그러나 이런 대우는 중국 조종사들이 공격적으로 비행하는 원인이 된다고 콜린 고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IDSS)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사건은 중국 정부가 조종사들을 전혀 제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중국은 오히려 왕웨이를 통해 그런 행동을 장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